성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올포트, 반두라

4.인간이 가진 특성의 차이: 올포트(Gordon Willard Allport)

특성론적 입장에서는 특성(traits)의 차이에 의해 개인 간에 성격 차이가 생긴다고 본다. 이들은 이런 특성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개인의 과거 경험과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에 관심 갖기보다는 특성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얼마나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행동에 영향을 주는지에 더 관심을 가진다.

올포트(Allport)는 특성을 "많은 자극을 기능적으로 동등하게 만들고, 동등한(의미 있게 일관성 있는) 형태의 적응적,표현적 행동을 시작하게 하고 이끌어 가는 능력을 지닌 신경정신적 구조" 라고 정의하였다. 이 정의에 따르면 특성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첫째, 특성은 개인이 다양한 종류의 자극에 대해 동등한 양식의 반응을 보이게 해 주는 성향이다. 예를 들어, 진보주의적이라는 특성을 가진 사람은 현실에서 부딪히게 되는 여러 자극에 유사한 반응을 보이게 된 것이다. 둘째, 특성은 인지된 동일성(유사성)을 기초로 결합되어 표현된다. 즉, 다양한 자극과 다양한 반응을 이론적으로 통합하는 역할을 해 준다. 셋째, 특성은 비교적 일반적이고 지속적이다. 따라서 여러 가지 자극에 대한 반응을 통합해 줌으로써 우리가 매우 일관되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우리가 보이는 행동의 지속적이며 범상황적인 특징을 설명해 준다. 넷째, 특성은 우리 성격구조의 필수 요소를 이루며, 초점을 가지고 있다. 즉, 아무 때나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 상황과 관련지어 변별적으로 나타난다. 또한 물이 눈이나 비 또는 우박으로 변형되듯이 상황에 따라 변형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핵심적인 특성은 언제나 동일하다. 다섯째, 특성은 우리로 하여금 단순히 상황 의존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상황 개척적으로 행동하게 한다. 예를 들어, 사교적인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특성을 발휘할 상황을 찾고 상황을 조성한다.

특성론자들의 관심은 인간을 일반적으로 설명해 주는 특질이 얼마나 되며, 핵심적인 특성은 어떤 것인지를 찾고자 하는 데 있다. 올포트는 연구 초반기에 특성을 기본특성(cardinal traits), 중심특성(central traits), 이차적 특성(secondary traits)으로 구분하였다. 기본특성은 영향력이 매우 커서 개인의 행동 전반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소수의 사람에게서만 나타난다. 돈판, 스쿠루지, 잔다르크, 등의 특질이 여기 해당된다. 중심특성은 갱니을 특징지어 주는 상당히 일반화된 특징들로 개인별로 5-10개 정도를 보유한다. 예를 들어, 잘 아는 사람을 특징짓는 단어, 구 또는 문장을 기술하게 할 경우 나타나는 외향적이다, 근면하다, 성실하다와 같은 특징들이다. 보통 한 개인은 평균 7-8개의 중심특성으로 설명된다. 이차적 특성은 뚜렷하지도 않고, 덜 일반적이며, 일관성은 적으나 개인을 특징지어 주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음식에 대한 기호, 굉장히 지배적이고 독단적인 사람이 경찰관 앞에만 서면 복종적으로 변하는 태도와 같이 특정 상황에서만 나타나는 성향을 말한다.

연구 후반기에 올포트는 특성을 공통특성(common traits)과 개별특성(individual traits)으로 구분하였다. 전자는 한 문화권의 사람들을 합리적으로 상호 비교해 줄 수 있는 소질을 말한다. 이런 일반적인 요인을 찾고자 하는 최근의 연구성과는 앞에서 설명한 성격의 5요인 모형이론으로 대표된다. 이에 비해 개별 특성은 개인 간에 비교될 수 없는 특정 개인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징으로 개인마다 초점이 다르게 조직화될 수도 있다. 올포트에 따르면 개인의 참된 성격은 이러한 개별적 특성을 조사할 때 나타나는 것이며, 개인의 사례사, 일기, 편지 및 개인적 기록으로 파악할 수 있다.

5. 모델에 대한 학습과 자기효능감의 차이: 반두라(Albert Bandura)

지금까지 살펴본 성격에 대한 이론들은 개인 내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격 중 많은 요소가 우리가 받아 온 사회화와 학습의 결과라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성격의 학습론적 측면은 스키너(Skinner)의 행동주의 이론에서 절정을 이루게 되고, 후속 학자들은 개인 내적 요소와 환경적 요소 간의 상호작용적 입장을 취하게 된다. 즉, 성격이 환경의 지배를 받아 결정되는 것도 반대하고, 개인 내적인 요소에 의해 환경과 무관하게 형성 된다는 입장도 거부한다. 이런 반두라(Bandura)의 입장을 사회학습이론이라 부르며,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인간의 내부과정(동기, 충동, 욕구 및 여타 동기적 영향들)만으로 또는 외부 환경적 요인만으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상호 결정주의적 입장을 취한다. 둘째, 처벌이나 보상과 같은 외적 강화물이 우리 행동에 미치는 직접적인 역할은 많지 않다고 본다. 예를 들어, 우리의 행동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단순한 강화에 의해 결정되기보다는, 머릿속에 추론되고 예상되는 결과에 의해 규제되기도 한다. 따라서 직접적인 강화가 없어도 행동 습득이 가능하며, 본보기나 관찰을 통해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이 가능하다. 셋째, 인간의 행동, 특히 성인의 행동을 설명하려면 자기 규제와 인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사회학습이론에서는 인간이 환경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재배치하는 것과 같이 창조적이며 자기생산적인 모습을 가진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런 관점에 따라 반두라는 개인의 행동을 설명하는 데 대리강화(vicarious reinforcement)와 자기강화(self reinforcement)의 개념을 제시하였고, 최근에는 이런 개념을 통합하여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다.

대리강화란 타인의 행동에서 관찰된 대리적 결과(보상과 처벌)에 의해 행동이 규제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직접적인 보상이 없어도 다른 사람이 받는 대리보상이나 처벌이 관찰자의 행동을 촉진시키거나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강화란 개인이 자기 자신에게 부여해 주는 강화를 말하는 것으로 자기 자신의 행동에 의해 자발적으로 생산된 결과에 자기 스스로 지배되는 것을 말한다. 성인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 목표를 달성하거나 달성하지 못한 결과에 따라 자신을 통제하게 된다. 자기 행동을 규제하는 과정은 자기관찰과정, 판단과정, 그리고 자기반응과정의 3단계 과정을 거쳐 일어나게 된다. 즉, 개인은 자신의 행동을 관찰하고 내재적으로 결정한 기준에 의해 자신이 이루어낸 성과를 평가하게 된다. 그런 다음, 평가결과에 따라 자기처벌을 하거나 보상을 주게 된다. 이러한 자기강화의 역사가 개인 간 성격의 차이를 만들어 내느 것이다. 자기효능감이란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유형의 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한 자신의 능력에 대한 판단을 말한다. 자신에 대한 전반적인 지각, 감정을 나타내느 자존감(self esteem)과 달리, 특정한 시기, 특정한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말하는 것으로, 자신이 이번에 담당하게 된 과제를 잘 해낼 것이라는 믿음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믿음은 자신이 일반적으로 학업능력이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자존감과는 구별된다.

반두라는 개인이 자기효능감을 얻게 되는 근원을 네 가지로 들었다. 첫째, 과거의 실제 경험이다. 즉, 개인이 경험한 성공과 실패의 경험, 특히 과제가 어려웠는데도 자신의 노력에 의해 과제를 달성하였고, 이런 성공의 이유를 내부에서 찾을 수 있을 때 자기효능감이 커지게 된다. 둘째, 대리경험을 통한 경험이다. 같이 공부하는 동년배가 성공적으로 과제를 수행해 내는 것을 보면 자기효능감이 커지게 된다.

수영이나 스키, 다이빙 등의 스포츠에 대한 강습을 받을 때 흔히 볼 수 있는 경우다. 셋째, 좋아하는 사람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의 언어적 설득이다. 시험에 실패하여 실의에 빠져 있을 때 교사나 부모가 해주는 격려와 지원은 자기효능감을 키워 주게 된다. 특히 애인이나 부모와 같이 신뢰하는 사람의 격려가 중요하다. 경기장에 나와 격려해 주는 애인의 말 한마디로 슬럼프에서 벗어나고 자기 효능감을 키운 운동선수의 예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자기효능감을 키워주는 근원으로 생리적 각성을 들 수 있다. 불안할 때 식은땀이 나고 가슴이 울렁거리면 더더욱 불안감이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적절한 이완훈련을 통해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과제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억제하으로써 평온하고 냉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자기효능감을 키워 주게 된다. 이와 같은 자기효능감의 차이도 개인 간의 성격 차이를 나타내는 근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