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계의 정보전달
1.뉴런: 신경계의 기본 단위
신경계의 기본 단위는 뉴런이다. 뉴런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으나 그 기본적인 구조는 모두 동일하다.
뉴런은 세포체와 세포체에서 뻗어 나온 섬유들로 구성되어 있다.
세포체는 원형질로 채워져 있으며, 그 속에 세포핵과 기타 여러 소기관이 있다. 뉴런의 세포체는 다른 체세포들과 마찬가지로 세포의 생명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일바 세포들과 달리 뉴런은 다른 세포들과 의사소통하고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뉴런의 세포체는 감각수용기나 다른 뉴런들로부터 입력되는 정보를 통합하고 그러한 정보를 처리하거나 전다하는 데 필요한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뉴런의 한쪽 끝에는 꼬인 나뭇가지와 같은 모양의 수상돌기(dendrite)라는 돌기들이 있어 다른 뉴런들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반대쪽 끝에는 하나의 가늘고 긴 튜브 모양의 돌기가 있는데, 이것을 축색(axon)이라 하며, 축색은 다른 뉴런에게 정보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축색은 길이가 몇mm 정도지만 어떤 축색은 길이가 90cm 정도 되는 것도 있다. 축색의 끝 부분은 약간 부풀어 있는데,이를 종말단추(terminal button)라 하고, 여기서 다른 뉴런에게 정보가 전달된다.
대부분의 축색들은 수초(myelin sheath)라는 절연물질로 덮여 있다. 수초는 뉴런의 에너지 효율성을 증가시키며, 축색에서의 정보전달 속도를 빠르게 해 준다. 신경계의 자가면역질환의 하나인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은 면역계의 공격으로 신경계의 수초들이 죽어 가는 질환이다. 이렇게 축색에서 수초가 없어지면 신경계의 정보전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되어 운동장애, 감각장애, 인지기능장애 등 다양한 행동적 결함이 나타나게 한다.
2 . 신경신호의 본질
신경신호의 본질은 전기적 현상이다. 신경신호의 본질을 규며하기 위한 과정에서 신경과학자들이 자연에서 오징어의 거대축색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커다란 행운이었다. 오징어의 거대축색을 몸에서 분리하여 바닷물이 담긴 접시에 넣은 다음, 끝이 아주 가는 미세전극을 축색의 내부에 삽입하여 전선을 연결하고 다른 한 전선을 축색의 바같쪽 바닷물 속에 넣는다. 그리고 이 두 전선을 전압측정기에 연결하면, 축색의 내부가 바같쪽에 비해 -70mV 정도의 전압 차이를 보이게 된다. 이러한 전위차를 안정막전위( resting memebrance potential) 또는 안정전위라 한다. 즉, 안정전위란 아무런 자극도 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축색의 내부와 바깥쪽 간에 존재하는 전위차를 말한다.
이와 같이 축색의 한쪽 끝에서 안정전위를 측정하면서 다른 한쪽 끝의 축색 내부에 또 하나의 전극을 삽입하고 전기자극장치를 통해 전류를 흘려 보내면 막전위가 변화 하게 된다. 이때 막전위의 변화 방향은 축색 내부에 가해진 전류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축색 내부에 양(+) 전하를 가해 주면 음수 값인 안정전위는 그 크기가 감소하며, 이를 갑분극(depolarization) 이라 한다. 반면에 음(-) 전하를 가해 주면 축색 내부는 더 큰 음수 값의 막전위를 가지게 되는데, 이를 과분극(hyperpolarization) 이라 한다.
갑분극과 과분극의 정도는 축색 내부에 가해진 자극의 크기에 비례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막전위는 점차 원래의 안정전위로 돌아온다. 그러나 갑분극 자극을 어느 정도(흥분 역치, threshold of excitation) 이상 증가시키면 막전위는 갑자기 역전되어 축색의 내부가 바깥에 비해 양전기를 띠게 된다. 그리고 약 1000분의 1초가 지나면 막전위는 다시 본래의 상태로 돌아갔다가 얼마 동안 안정막전위를 넘어 약간의 과분극 상태를 보인 후 원래의 안정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이처럼 흥분역치 이상의 갑분극 자극에 의해 막전위가 급속히 역전되는 현상을 활동전위라 한다. 이 활동전위가 바로 신경충동으로써 신경계에서 처리되는 신경신호의 본질이다.
3. 활동전위의 전도
축색은 전선과 같이 전기적 신호를 양방향으로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뉴런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는 세포막 안팎의 이온이 이동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또한 뉴런에서 최초의 활동전위가 발생하는 곳이 세포체와 축색이 연결되는 지점이기 때문에 실제 뉴런에서의 활동전위는 세포체에서 축색종말을 향해 일방향적으로 전달된다. 축색은 수초의 유무에 따라 무수축색과 유수축색으로 구부할 수 있다.
무수축색은 말 그대로 수초가 없는 축색으로써, 축색의 세포막은 세포외액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무수축색에서 활동전위의 전도는 마치 도화선이 타 들어가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전도된다. 도화선의 끝에 불을 붙이면 맨 끝 부분이 타면서 열을 발생시키고, 그 열이 인접해 있는 다음 부분을 다시 태워 열을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끝까지 타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무수축색에서는 세포체와 축색이 결합외어 있는 부분에서 처음 활동전위가 발생하면 그로 인해 따로 인접한 부분의 막전위가 흥분역치 이상으로 갑분극하게 되고 그 결과 그곳에서 다시 활동전위가 발생하여 다음 부분을 다시 갑분극시키는 방식으로 축색종말까지 전도된다.
하지만 유수축색(myelinated axon)에서는 분절로 된 수초가 축색 주변을 단단히 둘러싸고 있어서 수초가 있는 부분은 축색의 막이 세포외액과 직접 접촉하지 않으며, 따라서 이 부분에서는 세포 안팎의 이온 이동이 불가능하다. 유수축색의 수초와 수초마디 사이에 수초가 없는 부분이 있는데, 이를 랑비에결절(node of Ranvier)이라 한다. 이러한 유수축색에서 최초의 활동전위가 일어나면 수초가 덮여 있는 부분은 마치 전선에 전기가 흐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호가 통과하고, 그러한 막전위는 다음 랑비에 결절에 흥분역치 이상의 갑분극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크다. 따라서 그곳에서 다음 활동전위가 발생하며, 또다시 축색의 케이블 특성에 의해 다음 랑비에결절로 전달된다. 이는 마치 개울에 놓인 징검다리르 건너뛰는 것과 같기 때문에 이러한 유수축색에서의 활동전위 전도방식을 도약전도(saltatory conduction)라 한다. 도약전도의 장점은 일정한 길이의 축색에서 신경신호의 전도과정 동안 활동전위의 발생 횟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뉴런이 하나의 활동전위를 일으키고 다시 원래의 안정전위 상태로 돌아오는데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활동전위의 발생 횟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그리고 수초가 절연체의 연할을 하기 때문에 유수축색의 전기저항은 작아진다. 따라서 유수축색은 에너지 사용 효율성이 매우 높으며, 또한 활동전위의 진도속도가 매우 빠르다.
4.시냅스 전달
개개의 뉴런은 물리적으로 서로 분리되어 있으며, 이들 간의 정보전달은 시냅스(synapse) 를 통해 이루어진다. 축색종말과 다른 뉴런 간에는 약 100만 부의 1mm이하의 간격이 있는데, 이를 시냅스 간격 혹은 시냅스 틈이라 하며, 시냅스 전요소인 축색종말과 시냅스 후 요소인 다른 뉴련의 수상돌기 또는 세포체의 일부 막을 합쳐 시냅스라고 한다. 전기적 신호이 신경충동이 어떻게 시냅스 간격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을 통과할 수 있는가?
활동전위가 축색종말에 도달하면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이라는 화학물질이 방출된다. 방출된 전달물질은 시냅스 후 뉴런에 있는 수용기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결합하게 되는데, 이것은 마치 열쇠와 자물쇠의 관계다. 전달물질과 수용기가 결합하면 시내스 후 세포의 막에 있는 이온통로에 변화가 일어나 특정 이온이 세포막 안팎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 결과 시냅스 후 막에서느 갑분극 또는 과분극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를 시냅스 후 전위라 한다. 시냅스 후 막이 갑분극하게 되면 그 뉴런은 보다 쉽게 활동전위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흥분성 시냅스 후 전위라 한다. 반대로 시냅스 후 막이 과분극하게 되면 그 뉴런은 활동전위를 일으키기가 더 어려워지게 되며, 따라서 이를 억제성 시냅스 후 전위라 한다.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은 시냅스 후 막에 있는 분해효소가 전달물질을 분해하거나 축색종말이 방출된 전달물질을 다시 재흡수함으로써 종료된다. 신경계에 작용하는 대부분의 약물이 이런한 시냅스 전달과정의 특정단계에 영향을 줌으로써 신경계의 특정 화학적 회로를 활성화하거나 억제하여 약물의 행동적 효과를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