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

1.정신분석 심리치료
1)치료목표
정신분석에서는 성격문제나 이상행동이 주로 무의식적인 욕구와 갈등에 기인한다고 가정한다. 그리고 개인이 그 욕구나 갈등을 무의식 속에 묻어 버린 것(억압)은 그것들을 직시하기가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라고 본다. 그리고 그 억압된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완전한 치유가 아니라고 하였다. 따라서 정신분석에서의 1차적인 치료 목표는 증상 제거가 아니라 무의식 속에 있는 욕구와 갈등을 찾아서 자각하게 하는 것이다.
2)치료기법 및 치료과정
고전적인 프로이트식 정신분석에서는 일주일에 거의 매일(4-6회)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당연히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 환자는 소파나 긴 의자에 누워서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자유로이 말하거나(이하 '자유연상') 꿈을 보고 한다. 치료자는 적절한 때에 환자가 얘끼한 자유연상의 내용이나 꿈의 의미를 해석해 준다. 분파인 정신역동치료(psychodynamic therapy)에서는 치료 횟수를 줄이고 환자를 의자에 앉히기도 한다. 그리고 환자와 치료자 간의 '역동', 즉 상호작용의 의미를 캔다. 환자의 과거와 무의식적인 동기를 분석하면 왜 환자가 그러한 증상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는데, 이를 '통찰'(insight)이라 한다. 애당초 환자가 무의식속에 묻어 버린 것들은 용납할 수 없었던 매우 고통스러웠던 내용이므로 이를 직시하지 않으려고 환자는 '저항'(resistance)하게 된다. 저항은 자기방어를 위한 노력으로서, 치료시간에 치료자의 해석을 부인하기, 지각하기, 잡담하기, 분석가에게 무례하게 행동하기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치료자는 이러한 행동의 의미를 해석해 줌으로써 환자가 저항의 원인을 깨닫고 치료의 진전을 저해하지 않도록 이끈다.
프로이트는 세계 각지에서 열광적인 신봉자들을 거느리게 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프로이트의 초기 추종자들 중 상당수가 프로이트와는 다른 접근법을 제창하였다는 점이다. 융(C.G.Jung), 아들러(A.Adler)등이 그러했다.
2.인본주의 심리치료
1)내담자 중심치료
1940년대 초반 로저스(C. Rogers)는 비지시적(nondirective)상담(심리치료)이라는 접근법을 창안했고, 후에 내담자 중심 치료(client-centered theraphy)라고 그 이름을 바꾸었다. 그는 의사나 변호사처럼 심리치료자가 환자를 위해 업무를 '대신'하며 환자에게 충고하고 '처방하는' 역할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환자 자신이 스스로 탐색하고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했으므로 치료자가 할 일이란 환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귀 기울여 듣고, 환자를 비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에 반응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이러한 치료과정에서 환자는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며 자신감을 회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치료자는 치료회기 중에 진솔성(genuineness), 공감(empathy), 수용(acceptance) 등의 자질을 발휘하면 된다. 다시 말해, 치료자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환자의 감정이나 욕구에 공감하고 반응해 주며 무조건적으로 환자를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면 된다. 중요한 것은 환자가 이를 느끼는 것인데, 그럴 때 환자는 자신을 이해하게 되고 받아들이게 된다.
로저스는 치료기법으로서 '적극적 경청'(active listening) 혹은 '공감적 경청(empathic listening)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는 듣는 이 (치료자)가 말하는 이 (내담자)의 말을 되풀이하고, 다른 말로 바꾸어 말하며, 명료하게 해 주는 것이다.
3.인지행동치료
행동주의적 관점과 인지적 관점이 심리치료 분야에 공헌하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우리는 굳이 유아기 경험에 대해 심층분석을 가하고 무의식적 동기를 탐색하고 내적인 갈등을 해결할 필요가 없는 문제를 겪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고소공포증, 발표공포증, 가족 간 갈등, 성적인 문제 등이다. 이런 경우 인지행동치료가 다른 치료보다 더 적절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심리치료법보다도 효과가 빠르며, 비용이 적게 든다. 행동주의적 접근은 파블로프(Pavlov)의 조건화 연구와 그 이후에 발달한 학습이론에서 유래하였다. 행동주의적 접근법의 커다란 장점은 일관성 있는 개념체계다. 정신분석이나 정식역동과 달리 행동주의 치료자들은 무의식적 동기나 갈등을 다루지 않았다. 대신에 이름에서도 볼 수 있듯이 행동주의 치료자들은 행동을 강조하는데, 여기서의 행동이란 포괄적인 의미를 띈다. 몸을 움직이는 행동뿐만이 아니라 말하기, 꿈꾸기, 상상하기, 생각하기 등이 모두 포함된다. 행동주의치료에서는 환자의 이상행동을 내면적 갈등에서 비롯된 외현적인 증상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문제라는 차원에서 보았다. 즉, 환자의 문제를 잘못된 학습의 결과일 뿐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두려움, 공포증, 강박행동 등의 문제는 학습에 의해 획득되었으며, 학습원리를 적절하게 적용하면 교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굳이 무의식적 기제 따위를 들먹일 필요가 없이 배운 것(학습된 것)은 잊어버릴 수도 있고 다시 제대로 잘 배울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지행동치료에서는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는데 동시에 하나 이상을 사용하기도 한다. 보통 치료과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문제의 속성, 빈도, 심각도 등을 체계적으로 파악한다. 둘째, 내담자에게 맞는 치료계획을 수립한다. 가령, 같은 사회공포증의 진단이 내려져도 한 사람은 기본적인 사람 사귀는 기술이 없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은 단지 사람들 앞에서 불안을 느낄 뿐 기본적인 사람 사귀는 기술을 갖춘 경우일 수 있다. 전자의 내담자에게는 사람 사귀는 기술이나 사회규범 등을 먼저 가르친다. 셋째, 지속적으로 변화를 평가한다.
4. 집단치료
앞에서 개인치료를 중심으로 설명하였지만 대부분의 치료법을 집단에 적용할 수 있다. 집단치료(Group Theraphy)란 두 명 이상의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다. 대게 3명에서 15명 정도의 내담자들로 구성된다.
집단치료의 이점으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경제성이다. 한 치료자(혹은 한 명 이상의 치료자)가 여럿을 한꺼번에 치료하므로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비 부담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셈이다. 다음으로는 구성원들끼리 동병상련으로 서로를 위로해 주고 지지해 줄 수가 잇어서 사회적 지지체계로서 작용한다는 점이다. 자기만 특정 문제를 가진 줄 알고 불행해하였던 환자라면 다른 환자들을 보면서 안심하고 기분이 나아질 것이다. 또한 다른 집단원들을 도우면서 존재가치를 확인하고 자존감도 재고된다. 치료자와의 상호작용으로 얻기 힘든 것들을 집다원들끼리의 상호작용으로 얻기도 한다.(Yalom, 1995), 가령, 자신이 못생겼다고 믿는 환자에게 치료자가 그렇지 않다고 말해 주는 경우와 집단 내의 이성이 "매력이 있는데요 뭐. 딱 좋아요." 라고 하는 경우를 대비해 보라. 또한 집단 중 한 사람을 본뜨기 모델로 정해 다른 환자들이 따라 할 수도 있다. 역할연습의 대상도 집단 안에서 고르면 된다. 가령, 어떤 개인이 이성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연습을 하기 위해 집단원 중 그럴듯한 대상을 찾아 리허설을 시행하면 된다.
집단치료의 기법은 집단의 특성이나 치료자의 접근법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집단원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그에 대해 반응을 보이는 시간을 활용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집단에 따라 혹은 치료자에 따라 심리적 문제를 치료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할 수도 있고 집단원들 자체 내에서 자주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5.심리치료의 효과
이렇게 다양한 치료법 중 어느 것을 선택하겠는가? 무슨 수로 가장 좋은 심리치료가 바로 이것이다라고 확신할 수 있겠는가? 만일 표준화된 종합검사가 있어서 타당한 준거를 가지고 다양한 형태의 심리치료를 비교할 수 있다면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재로써는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이나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에서 식품과 의약품을 관리하듯이 다양한 심리치료의 효능과 부작용의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중개기관도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심리치료를 선택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가장 믿을 만한 지침은 연구 문헌이라 하겠으나 이 또한 여러 면에서 제한되어 있고 광범위하게 산재해 있는 데다가 대부분의 심리치료 접근에서 연구보고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은 심리치료가 효과가 있다는 결론에 동의한다. 분명히 심리치료를 받으면 안 받은 경우보다 낫다.
미국심리학회에서는 경험적 연구를 통해서 특정 문제에 대해 효과가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난 치료법들의 목록을 만들어서 공표하고 있다. 가령, 공황장애에는 노출치료가 효과 있다고 공지되었다. 특정 접근법마다 치료원리가 다 다르고 치료자와 내담자 간의 좋은 관계, 자신의 문제에 대한 이해 (혹은 통찰), 감정의 표현이나 해소, 장애와 그 대처에 관한 교육, 안심시키기, 지지해 주기 등의 요인들이 공통적으로 작용해서 치료의 효과를 내는 것 같다.
어떤 심리치료의 효과가 더 좋은가? 이에 대한 답은 확시하지 않으며 복잡하다 아마도 "어느 심리치료가 더 나은가?" 라는 일반적인 질문보다는 "어떤 문제에, 어떤 사람에게, 어떤 심리치료가 더 효과가 있는가?"라고 구체적으로 묻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여러 연구를 통합하는 메타분석을 근거로 다음과 같은 일반론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심리치료는 효과가 있다. 물론 예외도 많아서 몯느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특정 문제에 대해 더 나은 특정 치료법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모든 문제에 잘 듣는 치료법은 없다.